어쩌다 학부형 - 초등학교 1학년 학부형 라이프 한 달 결산
첫째를 생각하면 노심초사 걱정되는 마음, 짠한 마음이 공존한다. 눈물도 많고 조심성이 많은 아이인데다가 처음 부모 역할을 하는 우리는 이게 맞는건가, 저게 맞는건가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었다.
우리 첫째는 장난도 많고 웃음도 많지만, 그만큼 눈물이 많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고민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라 물어보았더니,
"엄마, 나는 유치원에서 우는 친구가 있으면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인데도 이상하게 같이 눈물이 난다. 나는 울기가 싫은데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 이게 고민이야."
늘 공감 능력이 좋은 아이로 키우겠다 다짐했으면서 아이가 눈물을 보일 때 마다 왜이리 혼을 냈었는지, 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냥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아가 마음이 예뻐서 그래. 친구 마음이 전해져서 같이 눈물이 나는거야."
이렇게 눈물도 많고, 또 그만큼 깔깔 잘 웃는 우리 아가가 초등학생이 되었단다. 아이가 초딩이 되며 나는 학부형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이 생기게 되었다.
취학 통지서를 받고, 학교 가방을 사고, 준비물을 챙기며 아이보다 설레고 아이보다 긴장이 됐다. 매일 밤 남편과 태어났을 때 부터 사진을 리뷰하며 이거 귀여운거 보라며 추억에 젖었다.
드디어 3월 입학식.
어린이집과 유치원 첫 등원에 늘 눈물을 보였던 아이였기에 이번에도 울면 어쩌나 싶었지만 아이는 아침부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또 이만큼 자랐구나. 하는 아쉬운 생각도 스쳤다.
코로나 시대에 부모는 학교에 들어가 볼 수도 없었지만 학교 앞은 마치 수능 때처럼 아이들의 부모들이 가득했다. 아이를 들여보내 놓고 우리 부부도 여기 좀 보라며 카메라를 들고 소리를 쳤다. 학교는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를 위해 선생님 소개까지 밖에서 진행해주고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길에도 부모들은 아이돌의 팬들 마냥 교문 밖에서 아이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한번 만 봐달라 외쳤다. 이제 정말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 이젠 너의 몫이다. 부디 잘 해내길.
흥분된 목소리로 하교를 한 아이는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고, 교실은 어디에 있고 학교에서 지켜야 할 것들은 어떤 것이라고 떠들었다. 아이는 늘 나의 걱정보다 잘 해내는구나. 역시 부모의 역할은 믿고 응원하고 지켜봐 주는 것이었구나 생각했다.
설렜던 입학식을 마치고 본격 등교를 하며 나는 무척 바빠졌다.
초1은 학교에 보내고 돌아서면 하교할 시간이 되었다. 맙소사. 무려 11시 55분에 하교를 했다. 아직 오전이 채 가지도 않았건만.
학원 등하원과 동생들 등하원까지 합하니 하루에 9번을 나가는 날이 생겼다. 누구를 탓하리오. 스케줄링 잘못한 초보 학부형의 탓인것을.
학교에서는 각종 어플을 안내했다. 알림장도 어플로 엄마에게 오는 세상이라니! 라떼는 알림장 공책에 선생님이 적어준거 받아 적어 왔었다고! 어플을 이용한 알림장은 아이의 숙제와 준비물 챙기는 일이 엄마의 일이라는 확인 같기도 했다. 어플 이용에 취약한 나는 각종 어플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조금 어렵기도 했고, 혹시나 빠트리는 것이 있어 아이가 학교에서 당황할까봐 자세하게 적어준 준비물을 매일 몇 번씩 확인했다.
하교시간에 학교 앞에 가면 엄마들이 구름떼처럼 서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엄마들은 주로 아이들의 학원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학원은 대기가 몇개월이고 어떤 학원은 꼭 보내야 한다고 했다. 사실 나는 정보에 빠른 엄마는 아닌지라 처음엔 아직 초딩한테 이렇게 많은 학원을 보낸다니 너무 놀라웠다. 그리고 우리 아이만 잘 못해 위축되는 건 아닌가 불안했다. 그러다 매일 듣는 학원 이야기는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늘 아이를 키울 떄 내가 중심을 잘 갖고 흔들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혹시 내가 가진 생각이 잘못 됐다면, 그래서 아이가 힘들어 하게 되는 일이 생길까 두렵다. 사교육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일순위로 두되, 조급한 마음으로 무엇을 시작하지는 말아야지 생각한다. 어차피 고등학교까지 앞으로 지치도록 경쟁하고 공부할 것 아닌가.
입학하기 전 초등학교 입학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많이 찾아봤었다. 대부분 어른 젓가락 사용하기, 매운 음식 적응하기, 화장실 처리 혼자 하기, 앉아있는 습관 들이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맞는 말이었다. 초등학교는 매운 음식도 많이 나왔고 한참을 앉아서 수업을 듣고, 혼자 해야하는 일이 많아 지기도 했다.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일을 물론 부모(특히 엄마)가 많이 하긴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학부형이 처음 되는 부모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은 나오지 않았다.
한달차 초보 학부형이 감히 말하길, 초등학교 1학년 엄마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 째, 잦은 등하원과 픽업에 지치지 않는 체력을 키우기. (별표 빵빵!)
둘 째, 아이를 믿고 응원해주기.
셋 째,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지키기.
아직 아가이기도 하고 학생이기도 한 우리 초딩 1학년과
아직 물가에 내 놓은 아이같은 초딩1학년을 둔 학부모들
모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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