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글쓰기와 책읽기(남자아이 책 추천)
두둥.
그날이 왔다. 초 딩 방 학!!! 끄악!
많은 방학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매번 방학마다 이루고자 하는 학습 목표를 내 마음대로 한 가지씩 정해왔었다.
그 목표에는 글쓰기와 책 읽기가 꼭 포함이 되어있었는데, 특히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비단 입시나 시험을 위한 논술 때문뿐 아니라 아이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성찰하고 기록하는 삶을 살기 원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글쓰기와 책 읽기를 위한 노력을 정리해 본다.
1. 초등 1학년 글쓰기
- 목표 : 자신 있게 첫 문장을 시작하기
- 방법 : 매일 쓰기
- 엄마의 역할 : 칭찬해 주기
학교에 입학해 일기나 독서 기록 등의 글을 쓰라 하면 몸을 베베 꼬며 이렇게 말하기 일쑤였다.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어어. 징징징"
글을 쓰라하면 첫 문장부터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매일 쓰기 미션을 내주었다. 책은 하루 한 장 초등 글쓰기 책으로 진행했다.
시리즈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여름 방학부터 아이가 더 재미있어할 만한 글쓰기 주제가 있는 책을 골라 겨울 방학까지 매일 글 쓰기를 했다.
나의 목표는 오직 한 가지,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애자' 였기 때문에 내용이 짧아도, 맞춤법이 틀려도 피드백은 칭찬으로 일관했다.
처음엔 한두 문장을 한참을 걸려 썼다. 내용은 엉망진창 와장창에 맞춤법도 난리난리 였지만 나는 잔소리하고 싶어 간질거리는 입을 꾹 참아냈다.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다. ㅎㅎㅎ
아이는 어느새 스스로 발전을 하게 되어 재미있는 주제가 나오는 날에는 어느새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게 되었고, 첫 문장을 쓰지 못해 망설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지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잘 쓴 글이라 말할 수는 없으나 더 이상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나름 성공적이었다 생각한다.
2. 초등 1학년 책 읽기
- 목표 : 책 읽는 즐거움을 알고, 글밥 있는 책 읽기를 시작하기
- 방법 : 재미있어하는 책으로 많이 읽기
- 엄마의 역할 : 재미있는 책 같이 찾아주고 호응해 주기
이제 동화책에서 글밥이 좀 있는 책으로 넘어가도 되지 않나 생각을 했다. 글밥을 늘리려면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할 테니, 흥미 위주의 책을 선정하였다.
아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는
나무집 시리즈, 엽기 과학자 프래니 시리즈, 똥볶이 할멈, 수상한 운동장을 비롯한 수상한~ 시리즈가 있었다.
학습 만화도 발을 들였는데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시리즈를 좋아했다.
그 외에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분야가 생기면 해당하는 분야에 와이책을 단권으로 사주고 읽게 하였다. 별과 별자리 책은 너무 좋아해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더랬다. 그리고 조금 읽다 재미없다 안 읽는 책은 더 이상 읽으라고 하지는 않았고 다 읽었을 때, 줄거리를 묻거나 아이를 테스트하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재미있었는지,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는지만 물어봤고 신나서 설명하면 같이 재밌어하며 호응만 해줬다. 나무집과 와이책 별과 별자리를 특히 좋아했고, 좋아하는 책이 생긴 것 자체가 목표를 이루었다 생각이 들었다.
3. 초등 2학년 글쓰기
- 목표: 주제에 맞는 의견을 말하고 그 이유를 적을 수 있다
- 방법 : 의견과 이유 적기 연습
- 엄마의 역할 : 이유를 떠올리지 못할 때 같이 생각해 주기
일단 1학년 때의 경험으로 거침없이 글을 쓰긴 하는데 다음 단계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실 거침없이 써 내려간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썼나 싶은 글이 많긴 했다. ㅋㅋㅋㅋ 처음에는 폭풍 칭찬으로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지만(실제로 한 줄도 못쓰던 아이가 술술 써 내려갈 땐 기특한 마음이 들긴 했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힘겹게 입꼬리를 올리며 겨우 겨우 티끌 같은 칭찬할 점을 찾아 써줄 뿐이었다. ㅋㅋㅋㅋ 아이도 느꼈으려나?
암튼,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다 생각이 들어 내용을 담는데 집중을 해보기로 했다. 여전히 표현도 다양하지 못하고 맞춤법도 엉망이지만, 그런 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 생각했다.
책은 이은경 선생님의 '생각 글쓰기' 책을 선택했다. 매 페이지 QR코드로 짧게 영상도 볼 수 있다.
엄마는 선생님이 아닌지라 나의 한 마디보다 선생님의 한 마디의 효과는 더 컸다. 짧은 영상이지만 조금 더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보였다.
책은 주제가 주어지고, 나의 의견을 정한 후 그 이유를 세 가지 적는다. 그리고 짧게 적은 그 이유를 바탕으로 글의 제목과 세 가지 이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적을 수 있는 구성이다.
그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적었던 아이가 주제를 보고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겨울 방학까지 이 책을 다 하고 나면 글이 어떻게 달라지려나?
4. 초등 2학년 책 읽기
- 목표: 책 읽기의 폭을 넓히기
- 방법 : 흥미 있는 책에서 보다 확장된 독서 하기
- 엄마의 역할 : 아이의 관심이 다른 분야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도록 책 제안하기
아이 책을 찾으며 느끼는 점은 참 좋은 책이 많다는 것이다. 좋은책 어린이 저학년문고, 창비 어린이책 같은 창작 동화들도 참 좋다.
첫 시집으로는 아홉 살 마음사전의 작가가 쓴 이상한 낱말 사전도 재미있게 읽었다. 2학년 2학기에 가을 수업에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수업을 듣더니 나라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고 해 세계지도 인문학(인류의 지혜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대모험)을 샀는데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여전히 만화는 놓지 못하고 있는데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놓지 마 어휘 시리즈, 흔한 남매 과학탐험대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제 나는 아이의 취향에 맞는 책을 적극적으로 찾아주고 어떤 책을 좋아했을 때 비슷하지만 좀 더 확장된 내용의 책을 권해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니 아이를 위한 북 큐레이터가 된 느낌이다. 누가 나보고 경력 단절이라 말했던가! 이렇게나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고 있는데! ㅋㅋㅋ
글쓰기를 시키려면 학원에 보내면 간단한 것을 왜 이리 사서 고생이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전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해주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문득 조바심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단 한 가지 위안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아이와 같이 찾아보는 과정이 즐겁고, 책을 읽고 나누는 대화가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 이게 뭐 정답이 있겠냐, 즐겁게 하고 있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이번 방학도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너랑 나랑 모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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