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매일 아침.
잠든 아이들이 깰까 숨 죽이고 살금살금 침대를 빠져나와
혹시나 깼는데 못들을까 싶어 화장실 문을 약간 열어 놓고 급히 씻는다.
조용조용 준비를 마치고, 다행히 그때까지 깨지 않았다면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집을 빠져 나온다.
좀처럼 늘지 않는 운전실력이지만 운전대를 잡고
커피 한잔으로 정신을 차리며 출근을 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문서를 만들고, 멘탈도 털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하는 사이사이 가끔씩 엄마에게 연락을 해
많이 힘들진 않는지, 애들은 잘 노는지, 힘들게 하지는 않는지를 체크하고.
회식에 빠질 궁리를 하고자 잔머리를 돌린다.
퇴근 후에는 오늘 엄마의 하루가 얼마나 고단했는지 살펴보고.
육아 바톤을 이어 받는다.
둘째 이유식을 먹이고 첫째와 퍼즐놀이를 하고 한번 더 안아주고
밥을 먹이면 남편이 퇴근한다.
남편도 오자마자 육아 바톤을 넘겨받아 내가 밥을 차리는 동안 비행기를 태워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며 밥을 허겁지겁 함께 먹는다.
뒷정리를 하는 동안 남편은 목욕을 시킨다.
뒷정리를 끝내고 함께 로션을 발라주고 머리를 말리면.
둘째는 어느새 졸고 앉아있기 일쑤.
따뜻한 분유를 조금 먹이고 둘째를 재우면 한숨 돌리는 타임.
아직 쌩쌩한 첫째한테 "아가 자니까 쉿하자!"를 백번 말하며, 그제서야 퇴근 후 던져둔 옷들을 정리하고 화장을 지우고 있으면
꺄륵꺄륵 거리는 첫째 소리에 둘째 깰까봐 조마조마하다가 화도 한번 냈다가 곧 후회했다가
난장판이 된 집을 보며 화도 냈다가 웃음도 나왔다가
겨우 첫째가 잠들면 나도 쓰러지듯 잠든다.
얼마 전 티비에서 손주보느라 골병드는 중년 여성들이라는 내용의 방송이 방영이 되었다고 한다.
인터넷 댓글에는, 불효도 그런 불효가 어디있냐거나 엄마가 무슨 죄길래 손주까지 봐야하냐는 댓글만
눈에 들어와 비수가 되어 꽂힌다.
엊그제 만났던, 좋은 회사에 다니며 잘 나가던 친구들은 전업 주부가 되어
나에게 "이건 무리야. 나도 너무 힘들었어. 모두를 위해 그만 포기해"라고 말을 하였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나는 엄청 야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바라고 있지도 않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고 물론 우리 엄마 아빠도 너무 사랑하고 효도하고 싶다.
그럼에도 내 욕심인지 아직은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엄마로서만 머물고 싶지는 않아 아둥바둥 또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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