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새로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나는 마흔 살 전업주부이다.
세상에 내 나이가 마흔이라니! 하긴, 거울을 보면 자꾸 흰머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앉았다 일어날 땐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흔이라니! 내가 생각하던 마흔은 이런 모습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여유롭고 우아하게 맞이할 줄 알았던 나의 마흔은 육아에 찌든 일상과 미처 돌보지 못한 흰머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나는 아이가 셋이다. 그것도 무려 아들로만 셋을 낳았다. 하하하
아이 셋을 봐줄 사람이 없어 진작에 일은 그만두었는데, 일상을 보내다 보면 치열하게 공부하고 일을 했던 시절이 까마득한 전생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을 경단녀라 부른다.
누구나 인생의 한 시절에서 다른 시절로 넘어갈 때, 그 때를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고 한다. 이미 새로운 시절이 시작되었고 이전의 시절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육아는 나를 내 인생의 새로운 시절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그 이전의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이제는 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육아라는 것은 무엇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고 나는 그것을 서서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는 엄마가 되어갔다. 너무 힘들었지만 아이는 굉장히 예뻤고 아이로부터 전적인 사랑을 받았고, 그리고 아이는 매일 성장했다.
아이는 자라는데, 나는 자꾸만 뒤처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보통의 경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엄마만의 시간이 생긴다. 그리고 '슬슬 일을 해볼까?' 생각이 드는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육아로 인한 몇 년의 공백은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나 연봉을 이어나가기에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직장에 있는 온종일 동안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 찾기도,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게 하기도, 아이가 아플 경우에 대처할 사람을 구하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에게 생긴 약간의 시간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망설이다 생각했다. 무엇이든 해보자! 2~30대를 노력했던 지난 커리어는 그대로 두고, 4~50대를 함께 할 새로운 커리어를 찾아보자.
육아로 인해 그간의 경력은 단절 되었지만, 육아 덕분에 인내심을 키운 내가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보았던 경험은 어떤 근육을 강하게 만들었을 것을 믿는다. 나는 예전의 나보다 강해졌고 절실하다.
육아로 인생에 새로운 시절에 진입이 되어졌다면, 이번에 올 내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는 내가 직접 넘겨보기로 했다. 새로운 경력을 쌓아보기로 했다.
마흔이 불혹이라고 했던가.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흔들리지 않을테다. 더 치열하게, 더 즐겁게 도전해봐야지.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의 새로운 시절이니까 말이다.
아- 마흔, 정말 새로 시작하기 정말 좋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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