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나는 책을 구매해서 보는 편이다. 여느때처럼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해 장바구니에 넣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오길래, 얼마나 간절하기에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누군가 나에게 이런 표현을 하며 마음을 전한다면 온 마음을 담아, 온 세상과 함께 오는 것 같은 황홀함에 한마디로 뿅 반하고야 말거다.
하지만 바로 사지는 않았다. 책에 적힌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청소년 책이라 어른인 내가 읽기엔 단조롭진 않을까 하는 괜한 우려때문이었다. 장바구니에 담긴지 몇 개월쯤 지났을까? 아이들 책이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다는 경험으로 눈에 밟히던 이 책을 구매하기로 했다.
단숨에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작가는 어쩌면 뻔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결말을 어쩜 이렇게 뻔하지 않게 표현했을까?
한 편의 수채화 같은 느낌의 영화를 본 것도 같았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2016년을 살고 있는 은유가 보낸 편지가 1982년의 또 다른 은유에게 도착하며 시간을 넘나드는 편지를 통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전하는 소설이다.
"어쩌면 가족이란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137p
"너희 아빠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야. 그저 아빠일 뿐이지." -59p
만약 내가 아이를 낳기 전이었다면 이 이야기가 다르게 느껴졌을까?
보통 어릴 땐 부모가 완벽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자란다. 하지만 자라면서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 때 부모님이 참 작게 보인다. 안쓰럽기도, 잘 키우고 잘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이 고맙기도, 측은하기도,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참 복잡한 마음이다. 이 모든 감정을 마주하며 부모님도 그저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사람의 인생에는 똑같은 양의 행운과 불행이 있대. 지금 네가 불행하다면, 앞으로 너한테 펼쳐질 미래는 행운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거지.
어쩌면 너랑 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우리에게 믿을 수 없는 행운이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76p
내가 좋아하는 긍정 회로 마인드다. ㅎㅎㅎ 불행하다 생각이 들 때 되뇌이면 나 자신을 위로하는 좋은 주문이 되겠다.
"어쩌면 우린 너무 많은 기적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어.
엄마가 딸을 만나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울고 웃는 평범한 일상이 분명 누군가한테는 기적 같은 일일 거야. 그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219p
사실 가족으로 만난다는 것이 기적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아주 먼 과거부터 모든 순간이 온 마음을 다해 이 순간을 위해 애써 왔는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은 하나도 없는 것을.
"나는 네 곁으로 갈게.
네가 뭔가를 잘 해내면 바람이 돼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 속상한 날에는 눈물이 돼서 얼굴을 어루만져 줄게." -220p
은유에게 참 위로가 되는 이야기였으리라 생각한다. 그 동안의 힘듦이 속상함이 모두 위로되고 치유되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혼자가 아니었구나. 사실 우리 모두는 혼자이지만, 우리 모두는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우리 스스로가 모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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