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인생 그림책(하이케 팔러 글,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곧 내 나이 마흔이 된다.
세상에. 뭐 했다고 나이가 마흔이나 되었나 싶다.
나는 늘 꿈꿔왔던 나이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학창시절에는 스무살이 되면 그 시절 남자셋 여자셋 시트콤처럼 송승헌같은 비주얼의 훈남 선배들이 있는 대학교 잔디밭에서 맥주를 마시는 상상을 했었더랬다. ㅋㅋ
현실은 뭐, 남자셋 여자셋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 내 생활의 장르는 시트콤은 맞았던 것 같다. ㅋㅋㅋ
스물이 되고 서른을 생각하니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어있겠지. 나 없으면 안돌아가는 회사의 핵심 멤버가 되어있겠군!
막상 서른이 되고 나니, 현실에 찌든 카페인 중독자 회사원 나부랭이였었더랬다.
그 때 생각한 마흔은 사회의 중역으로서 아이들 학교보내고 우아한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었는데...!
오늘 아침에도 산발한 머리로 아이들을 보채며 학교에 겨우 보내고 청소를 하는 아줌마가 되어있었다.
늘 나의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그 나이를 지나오며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있는데
스물에는 자유로움 뒤에 따르는 책임, 그리고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는 방법을 배웠더랬다.
서른에는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즐거움을 알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성껏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마흔 즈음에는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아이를 향한 경이로운 사랑을 느끼고 있다.
100 인생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의 인생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그려낸 책이다. 마치 그 나이의 아이에게 할머니나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같은 따스한 느낌의 그림책이다.
아주 짧은 글로 되어있지만,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쉽게 넘겨지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의 내가 보였다가, 나의 아이가 보였다가.
또 지금의 내가 보였다가, 나의 엄마가 보였다가.
미래의 나를 생각했다가, 나의 부모의 모습을 생각했다가.
인생이 무엇일까 생각이 들었다가 결국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구나 생각했던 책이다.
늘 내 이상과는 다른 현실이 다가왔지만, 지나고 보면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루 하루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배움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느끼며 흘러가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그려질지는 모르겠지만 늘 이상과는 다른 현실이더라도,
여전히 이상을 가지고 계획하고 꿈꾸며 그것들을 하나 하나 경험해가며 남은 인생을 그려보아야겠다.
내 나이 오십에는 제법 큰 나의 아이들과 사랑하는 남편과 세계를 여행하며 함께 차 마시고 이야기하는 꿈을 꾸어본다.
그때의 나는, 그리고 너희들은 또 무엇을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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