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버린 것(서유미)
출산과 육아는 평화롭던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어느새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취업을 해서 일을 했듯이, 학교에 다녔듯이, 출산과 육아도 그저 내 성장에 하나의 과정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 동안 살아왔던 삶의 패턴과 우선순위를 바꾸는 일이었다. 무엇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책 속의 경주가 그랬던 것 처럼 남편과 나도 빠르게 동지애로 전환이 되었다.
"누구나 어떨떨하고 어색한 상태로 인생의 새로운 구간에 도착하고 낯선 역할을 맡아 수행하는 거라고,
경주는 자신이 달라졌고 자신의 어떤 부분은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 <우리가 잃어버린 것 31p, 서유미>
어린 아이는 울음이 언어가 되는 시기라 하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도 우는 일로만 속엣것을 끄집어낼 수 밖에 없는 시기를 지날 수 밖에 없는데 이 시기를 사람들은 아이와 엄마가 자라는 때라고 하였다.
아이가 셋 임에도 그 시기는 매번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되고 있다. 그 때 그 눈물로 나는 과연 성장했을까? 더 나은 엄마가 되었을까? 아마도 내가 흘린 눈물은 좋은 엄마가 되는데는 쓰이지는 못했지만, 엄마로서의 내 삶을 인정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기를 지나 드디어 어린이집에 들어가게 되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만의 시간이 생기게 된다. 지금의 나처럼.
하지만 현실은 경력단절여성이라 불리는 경단녀가 되어있다. 그 동안 쌓아왔던 커리어와 받아왔던 연봉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를 늦은 시간까지 맡길 수 없으니 구직에 제한도 많다.
"지우와 관련된 것은 모두가 성장이라고 하는데 경주에게 그 4년은 멈춤이거나 노화였다."
- <우리가 잃어버린 것 , 서유미>
경주는 경력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단절을 경험한다. 결혼해 아이가 있는 경주의 관심사와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공감하는 폭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저 아이를 낳고 기르고 있을 뿐인데 왜이리 잃어야 하는 것이 많은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지구상의 어떤 존재와도 이런 교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하였다. 오직 아이만이 찰나지만 그렇게 벅차고 불가해한 순간을 선사했다.
혼자 카페 제이니에서 보내는 시간을 경주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으로 여겼다. 취업 준비를 하고 좋아하는 핸드 워시 향을 맡고 카페 주인을 관찰했다. 매일 카페에 가는 경주가 찾으려 한건 새로운 일자리 였을까? 어쩌면 경주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함을 아니었을까?
작가는 삶이 지속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천천히 잃어가는 일이기도 하다는걸. 그걸 알아가는 게 슬프기만 한 건 아니라는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누구나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별하고 영원할만 것 같던 어떤 시절을 지난다. 헤어짐에 슬퍼하고 좋았던 시절을 아쉬워 하며 우리는 또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시절의 문 앞에 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과정을 통해 진짜 나와 마주하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 아닐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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