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다니엘 포세트 글) - 저학년 추천 도서
얼마 전, 아이의 학부모 참관 수업 때였다.
학부모 참관 수업답게, 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선생님은 열심히 아이들에게 발언권을 주셨다.
"누구 말해볼 친구 있을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열심히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수업 시간 동안 지켜본 아이들의 발표는 몇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확실하게 모르더라도 일단 손을 들고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발표하는 아이
확실하게 아는(쉬운) 질문에만 손을 들고 발표하는 아이
알더라도, 혹은 모르더라도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손을 거의 들지 못하는 아이
나의 아들은 두 번째 정도였다. 엄마 눈엔 틀리더라도 매번 손을 들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지만, 그래도 몇 번은 손을 들었으니 잘했다 이야기했고 아들은 세상 뿌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발표를 잘하지 못했다. 선생님 눈을 피하고, 앉은키를 낮추고 이름이 불리지 않기를 바랐던 기억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는 목소리가 염소마냥 달달 떨려 친구들 앞에서 참 부끄러웠더랬다. 이런 엄마 아래에서 그래도 아는 건 손을 드는 아이가 나왔으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기는 하다.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책의 에르반은 나처럼 발표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이다. 목요일마다 칠판 앞에서 수학 문제를 풀게 하는 선생님 때문에 학교에 갈 때면 늘 배가 아프다. 엄마 아빠는 이런 에르반의 마음도 몰라주고 학교가 가기 싫어 핑계를 대는 걸로 생각하신다.
아, 이 익숙한 전개는?! 에르반의 부모님한테 나의 모습이 보인다. ㅋㅋ 아무리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고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쓰인 글을 보면 부모님이 참 야속하다. 책을 읽다 문득 아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을 해 본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의 연수로 새로운 선생님인 비숑 선생님이 수업을 오셨는데 선생님이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닌가! 에르반은 선생님을 도와 드리고 싶어 손을 번쩍 들고 발표를 하게 된다.
'자기 혼자만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참관 수업 때 봤던 첫 번째 부류(거침없이 손을 들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아이)는 사실 두세 명에 불과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여전히 나 또한, 어쩌면 선생님도 모두가 그럴 것이다.
에르반은 선생님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 + 겁쟁이 모습이 나뿐 아니라 선생님한테도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안도감으로 큰 용기를 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초등학생 때에 최고 겁쟁이였다면 대학, 대학원,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비록 여전히 너무 떨리지만) 용기를 낼 수 있는 겁쟁이로 진화했다. 누구나 사실은 겁쟁이라는 것을 한 발짝 용기를 냈더라면 나의 초등학생 시절도 발표를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으려나? ㅎㅎㅎ
부디 이 책을 읽고 나의 아이들은 용기 있는 겁쟁이가 되기를.
다들 떨리고 무섭고 그런 거야. 괜찮아. 한 번만 용기를 내 봐.
<아이와 함께 읽기>
1. 에르반(나)은 목요일마다 배가 아팠는데, 왜 아팠을까요? (7-9p)
- 목요일마다 선생님이 한 한생을 불러 칠판 앞에서 수학 문제를 풀게 하는데, 칠판 앞에 나가는 것이 겁이 난다. 내가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럼 배가 더 아픈 것 같다.
2. 에르반이 배가 아프다 할 때 에르반의 부모님은 초콜릿을 많이 먹어서나 학교에 가기 싫어 핑계를 댄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때 에르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5-6p)
- 서운하다. 속상하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아빠가 밉다.
3. 선생님이 누구를 시킬까 다가오면 에르반은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13-14p)
-고개를 들지 않고 앞자리ㅣ 폴린느의 등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엉덩이를 슬슬 미끄러뜨리면서 몸을 낮춘다.
4. 선생님이 다가오셨을 때, 에르반의 귀는 무엇처럼 달아올랐을까요? (13p)
- 빨간 신호등
5. 에르반은 비숑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을 번쩍 들고나가 구구단을 외웠어요. 왜 그랬을까요?
- 선생님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6. 에르반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을 떠올려볼까요? 겁이 나지만 용기를 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세요.
- 참관수업에 떨렸지만 손을 들고 발표를 했다. 하고 나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어 학원에서 발표 수업을 할 때 긴장돼서 목소리가 작아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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