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이꽃님)
올여름은 정말 덥다. 덥다 못해 뜨겁게 끓고 있다.
이 뜨거운 여름날, 매미가 맴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커피 한잔을 놓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 있다.
무려 제목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이다.
이꽃님 작가는 글도 물론 몰입감있게 쓰지만, 제목으로 늘 나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처럼 말이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하지오가 미혼모인 엄마가 아프게 되면서 존재 자체도 몰랐던 아빠에게 보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찬은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그 후 부터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능력이 생긴다. 이런 하지오와 유찬이 함께하게 되는 열일곱의 뜨거운 여름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의 속 마음이 들린다면 어떨까?
열 길 물속보다 알 수 없는 한 길 사람 마음이라는데, 알 수만 있다면 세상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 사람 마음으로 돈 벌 궁리만 떠오르는 나는 세상에 찌들었나보다. ㅎㅎㅎ
조금 더 생각해보면 가까운 사람의 겉과 다른 속마음을 듣게 되면 때로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찬은 그 능력을 '저주'라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어폰을 끼고 생활하는데 하지오와 함께 있을 땐 어쩐 일인지 시끄러운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깟 마음 좀 들린다고 다 아는 것처럼 굴지 마. 마음? 네가 들린다는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 줄 알아?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어. 하루는 조금 괜찮았다가. 그래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해 보려고 했다가, 또 하루는 미칠 것처럼 화가 나 죽겠다고.
맞는 말이네. 가끔은 내 마음도 내가 모르겠는걸.
어쩌면 진짜 알고 싶은건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내 진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용기가 없고, 누구는 끈기가 없고, 행복한 어린시절이 없기도 하고, 때로는 돈이 없기도 하다.
이 결핍은 상처를 남기는데, 결국 우리는 아픔을 스스로 보듬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며 그렇게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궁금했었어. 그래서 듣고 싶었어, 네 속마음."
그 말 한마디에 지오는 주저앉아 버린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 목 놓아 운다. 가슴을 치며 발을 바닥에 비벼 대며 자꾸만 화가 난다고, 그래서 미치겠다고 그렇게 울어 댄다. 나는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대신 그저 함께 앉아 있어 준다.
언젠가 내가 그랬을 때, 다른 누군가가 그래 주길 바랐던 것 처럼.
하지오와 유찬의 열일곱 여름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찬란한 여름이었으려나?
첫 페이지를 피는 순간 단숨에 읽게 되는 책.
영화 한 편을 본 듯 장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책.
청량음료를 마신 줄 알았는데 여운이 느껴지는 향 좋은 차를 마신 느낌의 책, 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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